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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고구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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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고구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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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회 철퇴를 맞은 연남생~

  • 작성일 2019-04-09 오후 9:10:00 |
  • 조회 4

   남생은 계명진과 함께 마구 풀 베듯 당나라 기병들을 베어 넘기고, 마침내 치중대의 일반 인부들을 베기 시작했다. 남생이 급기야 식량을 싣고 가던 수레까지 접근하여 인부들을 마구 공격하자 인부들은 공포심리에 쫓겨 마구 개미떼처럼 흩어졌던 것이다.
  
  "성공이다. 놈들의 예봉을 꺾고 혼란에 몰아넣었다."

  한번 공포심리로 무너지기 시작한 군대란 곁잡을 수가 없다. 그것도 사기도 용기도 별로 높지 못한 비전투 전문 부대는 더욱 그런 법이다.
  녹차와 마차를 몰던 십만이 훨씬 넘던 궤운병들은, 급기야 고구려군이 저희에게까지 밀려들어 선발대가 마구 피를 뿌리며 쓰러지자 물건들을 놔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희들은 무기도 부실하여 기병들이 몰려들면 죽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니까...!!

  당나라 궤운병들은 남생이 이끄는 고구려군의 예봉에 겁을 집어먹자, 금방 그것이 전면적인 패주로 이어졌다. 처음에 몇 명이 녹차를 팽개치고 달아나자, 너나 할 것 없이 곧 이어 전쟁물자를 놔두고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성공이다. 모든 고구려군은 방치된 전쟁물자를 차지하라. 노획하여 우리 고구려군의 군수물자로 사용하기로 한다."

  남생은 일단 공격작전이 크게 성공하였음을 깨닫고, 흐뭇한 기분에 잠시 긴장을 풀었는데... 바로 그 때였다. 그 짧은 시간...

  순간, 남생은 돌연 누군가 뒤에서 확 말을 타고 달려드는가 싶더니... 눈앞에서 불이 번쩍하는 듯한 강한 충격을 느끼면서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연남생은 강한 어지러움과 심한 통증이 머리 속 깊숙히 핑하고 돌다가, 이내 어두운 심연의 나락으로 깊이 굴러 떨어지는 자신의 의식을 느꼈다.
  아마도 적이 쏜 석포나 철퇴를 머리나 가슴에 맞은 모양이다.

  아무리 승패는 판가름났지만... 바로 그때까지도 아직 적잖은 당군들이 고구려군과 뒤섞여 싸우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뒤에서 말을 달려 덮쳐 오면서 마상의 남생을 향해 철퇴를 날렸던 것이다. 아마 그가 총지휘관이란 사실을 깨닫고서 기습공격을 감행했던 모양이었다.

  "아니, 저 놈이?"

  남생과 함께 이리저리 뒤섞여 싸우고 있던 말갈병 대장 계명진이 남생에게 철퇴를 날린 당군 기병을 향해 달려들면서 휙하고 장창을 휘둘렀다. 놈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머리가 날아가며 몸체에서 피분수를 뿜으면서 마상에서 거꾸로 떨어졌다.

  "연남생 장군을 보호하라."

  계명진이 얼른 달려와 땅바닥에 떨어진 남생을 부축하여 말에 올려 싣고 후방으로 피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남생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생은 계명진에 의해 후방으로 옮겨져 재빨리 치료를 받았는데...
  불행 중 다행히 빗겨맞은 데다, 당시 세계에서 제일 단단하기로 이름난 황소뿔 투구를 쓰고 있어서 치명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빨리 옮겼기에 다행이었다.

  결국, 연남생의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한 돌격작전 덕에 당나라 치중대는 전멸하다시피 하고 살아남은 자들도 처벌이 두려운 나머지 멀리 달아나 버리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남생은 무려 50만 석에 달하는 적의 쌀과 수수, 콩 등의 군량미를 거의 손실 없이 노획하였으며 이 때문에 지난 번 당군에게 불에 타게 만든 요동성의 고구려군 군량미를 벌충할 수 있었다.
  고구려 군대는 이 날 획득한 수수와 쌀 50만 섬을 모조리 재탈환한 무여라성(통정진)으로 옮기고, 거기서 새로운 작전명령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만약 요동벌로 다시금 고구려 군대가 치고 오면, 바로 여기서 그들에게 군량미를 공급하고 그들과 합세하여 당군을 치기에 아주 적격인 위치였기에...


   그러면 이때... 이야기를 조금 하루 정도 과거로 되돌려, 당태종이 애써 세운 토산이 무너져 너무나 큰 참패를 당해 졸도했던 바로 그 즉시로 되돌아보기로 한다.

  그런 일이 생긴 지, 과연 얼마가 지났을까? 심한 충격을 받아 실신하여 있던 당태종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정신을 잃고 기절하여 꿈을 꾸는 동안, 그야말로 악몽을 꾸었다.


  당태종 이세민은 어느 연기가 자욱한 어두컴컴한 광야에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앞을 누군가 말 탄 장수가 탁 가로막는 것이었다.
  보니까, 풍채가 좋고 의젓한 것이 무인의 티가 완연했지만, 놀랍게도 머리엔 황소뿔 투구를 쓰고 있는 것이 고구려의 장수가 틀림없었다.
  
  [너, 너는 누구냐?]
  [나는 고구려의 대막리지 연개소문이니라. 이 금수강산을 쳐들어와 피바다로 만든 중원의 괴수야. 목을 내놓고 가거라.]
  
  하면서 칼을 꺼내 확하고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머리가 휙 하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으아아악!'

  깨어보니, 태종 이세민은 군막의 처소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황제폐하, 어인 일이시옵니까?"

  이세적과 계필하력이 옆에 서 있다가, 그를 부축하여 일으킨다.

  "오, 꿈이었구나... 어휴, 그게 사실이었으면 끔찍한 일이로다..."

  그제야 태종은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11만명 군사가 몰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서는 하도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져 기절하고 말았던 사실을...

  "하마터면 崩御하실 뻔하다가 살아나셨사옵니다. 고혈압으로 혈관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어의가 정성으로 보전하신 탓에 겨우 혈압이 내리셨사옵니다..."
  "무려 이틀 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져 헛소리를 하고 계셨사옵니다."

  이세적과 계필하력이 전해준 내용이었다. 그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었나? 자기가 꾼 꿈이 결코 개꿈이 아니었음을 직감하였다. 정말 죽음의 세계 문턱 앞에까지 갔다가 겨우 되돌아온 것이었다.

  이세민은 알고나 있었을까? 바로 자신뿐 아니라, 30여 년 전에 이 땅을 침탈하러 왔던 수양제 역시 저와 똑같은 쌍둥이 꿈을 꾸고 난 후 패망해 물러갔단 사실을...
  단지, 그때 꿈속에 나타난 장수는 연개소문이 아닌 을지문덕이란 사실이 달랐을 뿐이란 걸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양제와 당태종은 다른 사람이었으나, 놀랍게도 패배가 확정된 후에 꾸었던 흉한 꿈은 일치하고 있었다.
  이 꿈은 바로 [예지몽]이었던 것이다.

  그때, 당태종 이세민이 죽기 일보직전에 살아났단 소식을 전해듣고 다른 장수들도 모조리 이세민에게 하례를 드리기 위해 장막으로 몰려들었는데...
  그 중에는 물론 攻城將인 부복애도 함께 끼여 있었다.

  "아니? 저 놈이...? 뻔뻔하게도 내 앞에다 얼굴을 들고 나타나다니..."

  부복애를 보자마자, 당태종은 다짜고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만 마침 군막 구석 받침에 놓인 창을 꺼내 그의 가슴 한가운데로 힘껏 내던진다. 다른 중신들이 말릴 사이도 없이...

  [컥!]

  그 다음 순간, 부복애는 가슴 한가운데 창이 꽂혀, 산적꼬치 같은 몰골이 되어 뒤로 꽈당 넘어진다. 한 방에 즉사 당한 것이다. 군막 바닥은 삽시간에 피로 물들었다.

  "이 놈, 즉결처분이다. 짐의 그 많은 군사를 부주의한 공사로 인해 목숨을 잃게 만든 죄... 네 놈은 죽어도 그 죄를 다 갚질 못할 것이야."

  당태종은 부복애의 시체를 노려보면서, 그 위에다 침을 뱉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피가 섞인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에서일까?
  부복애의 시체는 바로 병사들이 치웠고, 장막에 남은 당태종은 아직도 어지러운 듯 말없이 침대에 털썩 다시 주저앉아 이런저런 갈등에 시달렸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처음에 여기 안시성을 포위했던 당나라 군사 38만 중에 벌써 몇 개월 동안의 전투에서 10만을 죽이거나 부상으로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아직 남은 군사 28만 중에 고작 어제 하루 동안에 무려 11만을 죽이고 말다니...

  이제 남은 군사는 고작 17만 뿐... 그나마 7만 정도가 어제 전투에서 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부상병으로, 사실상 전투력이 거의 없는 잉여병력에 불과하다.  팔이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칼이나 창에 베이거나 찔려 근육이나 내장이 상한 병사가 무슨 전쟁에 도움이 되겠는가? 짐이나 안되면 다행이지...

  이제 겨우 남은 10만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는가?

  이미 토산은 무너졌고, 그나마 남아 있는 토산 부위는 안시성의 고구려군에게 빼앗겨 버렸다.
  안시성을 빼앗으려고 성 바로 옆의 언덕 위에 쌓았던 당군의 토산이, 이젠 되려 성 바깥에 쌓인 고구려군의 제 2의 성곽이 되어서는 당군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뿐 아니었다. 당군의 공성형 최고 신무기인 포차는 대부분 안시성 공격을 위해 문제의 토산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토산이 무너져 버렸으니 그 포차들도 당연히 무너지는 토산 아래 깔려 부서져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포차, 즉 공성 무기를 몽땅 잃었으니 이건 병사들 10만 여를 잃은 것보다 더 큰 손실이었다.
  이건 정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역시 안시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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