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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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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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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김중석의 제삿날에 벌어진 한국 대 포르투칼 혈전.

  • 작성일 2018-10-06 오전 4:19:00 |
  • 조회 22


마침내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 박지성이 크게 환호하고 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 힘빠진 듯 경기장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김중석의 제삿날에 벌어진 한국 대 포르투칼 혈전 *

 
 
“김중석의 뜻을 이어, 그가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우린 기어이 이기고서 16강에 올라가야만 한다.”

히딩크의 말을 통역한 박항서 수석코치의 증언이었다.
 
이 곳은 한국선수단의 숙소...

한국 선수들은 뜻하지 않은 불의의 테러 사고로 세상을 뜬 동료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라도, 그의 뜻을 이어 기어이 포르투칼을 잡고 16강에 자력으로 오르겠다고 맹세하였다.
분명 그들에겐 아직 사명이 남아 있었다. 한미전에서 테러로 희셍된 김중석이 자신의 눈으로 끝내 확인하지 못하고 죽은 16강의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분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었다.

‘그래! 반드시 이겨서 내일 16강 진출권을 죽은 동료의 영전에 보내자.’

주장 홍명보를 비롯한 모든 대표단은 이처럼 굳게 다짐하면서, 오늘 한미 전에 이어 사흘 후에 벌어질 포르투칼 전을 기어이 승리로 이끌자고 맹세하였다.

한국 대표팀은 그 이튿날부터 바로 다시 훈련이 들어갔다. 히딩크는 개인기가 좋은 포르투칼 선수들과의 시합에 대비하여 선수들에게 압박수비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켰다.
 
마침내 운명의 날은 다가왔다. 한국 - 포르투칼 전이 벌어지는 예선 마지막 경기인 6월 14일 오후!~

오늘 낮, 라이벌 국가이지만 또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형제국이기도 한 공동주최국가 일본은 튀니지를 2:0으로 완파하고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프리카의 소국 튀니지는 일본의 가미가제 전사들의 맹폭을 감히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상태여서, 별로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기에 일본에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긴, 튀니지는 이번 경기에서 세네갈, 중국 등과 함께 제일 약체로 평가받던 나라였으니만큼 실력이 한 수위인 일본이 이기는 게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상태였지만, 라이벌인 한국팀으로서는 일본이 16강 진출을 먼저 확정지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면, 절대 우리도 이번 경기는 이겨야 한다. 일본에 졌다는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 특히 이번 월드컵이 일본과 이 나라 두 나라 공동주최 월드컵인 만큼, 여기서 지면 우린 이번 월드컵에서 고작 일본의 들러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기자! 일본의 예속 월드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지면 안 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한국팀의 결전태세를 더욱 강하게 붙들었고, 이 날 포르투칼 전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의 야간경기! 오후 6시경...

한국 선수들은 전부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결전장인 인천 문학 경기장애 도착하였다. 이미 문학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메운 태극기와 붉은 악마 서포터즈의 물결이 이리저리 요동치고 있었다.

한국 팀 선수들은, 천천히 경기장으로 입장하여 운동장 한복판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시합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운명을 결정짓는 시각... 이 경기의 종착역은 수치스럽고 괴로운 탈락이냐? 아니면 영광의 16강 안착이냐?

“자, 간다.”

한국선수들의 선공으로 게임은 시작되었다. 여기서 지면 탈락인 것이다. 강호 폴란드를 격침시킨 것도 한낱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나는 순간!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려두고 있었다. 김중석의 불의의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수비의 공백, 그 공백을 이천수가 대신 막도록 하고 특히 포르투칼 팀의 전문 골잡이인 루이스 피구, 주앙 핀투 등을 맨 투 맨 수비로 철저히 막도록 하였다.

“간다. 이 아시아의 어린애들아!”

포르투칼 팀은 초반에는 막 거칠게 몰아붙였다. 벌써 5분여 만에 3개나 되는 슛을 쏘아붙였다. 그러나, 워낙 문전을 한국 수비진들이 두껍게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슛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한국의 수비진들은 히딩크의 작전대로 월드스타인 루이스 피구를 철저히 마크하여 압박을 하면서 견제하였으므로, 피구는 그 슛 중에 하나도 차보질 못하였다. 공이 도무지 오질 못하니까...

어쩌다 포르투칼 선수가 공을 따내 주공격수인 피구에게 공을 보내면, 주변에서 마치 위성처럼 빙빙 돌던 한국팀 수비수가 잽싸게 달려들어 한발 먼저 나꿔채 버리니 피구도 정말 죽을 맛이었던 것이다. 역시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어째 골이 안 터지고, 한국의 단단하기 그지없는 수비에 공격진들의 발이 꽁꽁 묶여 버리자 포르투칼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 번 경기였던 폴란드 전처럼 초반부터 골이 뻥뻥 터질 줄 알았는데, 마치 바위덩어리 같은 중압감 있는 수비가 조금도 빈틈이 없었던 것이다.

히딩크의 작전은 이미 이 때부터 120% 이상 들어맞고 있었다. 포르투칼 선수들은 이미 심리적으로도 한국에 크게 눌리고 있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지,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백이면 백 다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축구건 전쟁이건 진검승부에서는 어디에서나 통하는 진리인데, 공교롭게도 이때 포르투칼 선수들은 짜증이 난 나머지 점점 한국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도 한국팀의 골문이 열리질 않고, 피구와 함께 포르투칼 팀의 전문 키커인 자신의 옆을 자꾸 얼쩡거리면서 귀찮게 마크하니까 성질이 급한 주앙 핀투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전반전 22분 경, 마침 자신을 마크하던 한국 선수인 박지성에게 공이 날아오자 핀투는 자신이 그것을 가로채보겠다는 듯이 강력한 백테클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큰 문제가 될 줄이야. 원래 백태클은 고의성이 있는 이상 확실한 반칙이고, 특히 아까부터 자신을 자꾸 귀찮게 굴던 박지성에게 지나친 감정 어린 거친 태클을 시도한 나머지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퍼억!]
[으앗!]

강력한 주앙 핀투의 백 태클로 박지성이 강한 비명을 지르면서 벌렁 앞으로 넘어지는 순간, 눈이 좋은 주심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고의성 대형 반칙! 퇴장!]

그 선고가 떨어지자, 삽시간에 포르투칼 팀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루이스 피구와 양 날개를 구성하던 주앙 핀투의 퇴장...

그러나, 핀투는 어쩔 수 없이 경기장 밖으로 쓸쓸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달리 변명할 말이 없었다. 고의성 대형 반칙을 한 것은 사실이고, 그런 행동이 축구규칙상 조금도 퇴장이라는 조치가 지나친 것이 아니었기에...

자, 이러니 포르투칼은 그야말로 큰 힘을 잃은 셈이 되었다. 두개의 독수리날개 중에 한 개인 주앙 핀투가 나가버렸으니, 한 개의 날개뿐인 루이스 피구가 과연 얼마나 잘 할까?
거기에 반해, 한국팀은 정말 이것이 천운이라고 할 수 있는 소지였다.

한국은 지난 번 98년 월드컵에서, 멕시코와의 대전에서 선취골을 넣는 등 잘 나가다 전반전 후반에 제일 강한 골잡이였던 하석주의 퇴장으로 인해 억울한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퇴장으로 인해 피를 본 역사가 있던 한국이, 이번에는 뜻밖에 퇴장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행운을 입었던 것이다.

핀투가 퇴장당하자, 이젠 선수가 한명 모자라는 데다 경계해야 하는 전문 골잡이가 피구 하나만으로 줄어들었으니, 한국 선수단은 안심하고서 피구를 이중 삼중으로 둘러싸서 꽁꽁 묶고는 포르투칼 문전을 향해 파상 공세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전반전 후반쯤에는 거의 골인에 가까운 무효골도 하나 얻었다.

한국 선수의 머리를 맞고 들어간 헤딩골이었는데, 그 이전에 무효가 선언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골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비록 골인이 되진 않았지만, 포르투칼 선수들은 정말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한국이 비록 이때는 이런 무효골이 억울했지만, 대신 한국 선수들도 나중에 스페인전에서 이런 골을 얻어 덕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니, 포르투칼 선수들은 후반전에는 더욱 몸을 사리고 함부로 전반전처럼 공세를 취하지를 못하였다. 한국팀의 공격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조금 전의 무효 골인으로서 알게 된 공격진들은, 멋대로 한국 문전을 향해 자기네 골문을 비워두고는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선수가 한 명 부족한데, 언제 슛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맘대로 한국 진영으로 넘어가 공격할 수 있는가? 한국팀의 공격이 약하다면 골키퍼에게 맡겨두고 공격 나갈 수도 있지만, 예상외로 한국공격진이 세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공격보다는 수비가 불안하여 맘대로 적의 진영을 향해 폭격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전투기라도, 뜰 수가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피구나 콘 세이상도 그랬다.

엎치고 덮친 격으로, 후반 18분 경에는 또 다시 주전 수비수였던 베투가 주심에게 반칙을 해놓고는 항의하다 또 한번 경고를 먹고 만다. 아니, 경고뿐이 아니었다. 경고와 함께 주심의 상의 웃주머니에서 튀어나오는 레드카드! 아까 핀투가 먹은 카드가 다시 나온 것이다.

사실, 베투는 바로 전날 경기였던 폴란드 전에서 반칙으로 이미 경고를 먹은 상태였다. 두 경기 연속으로 경고를 먹으면, 바로 퇴장이 선언된다. 그 결과가 지금 나왔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그는 경고 누적으로 다시 또 한 명의 퇴장선수가 나오고 말았다.

‘아이구... 정말 오늘은 왜 이리 재수가 없냐? 베투 녀석, 그러니까 제가 왜 뻗대? 이거 정말 큰일이구나. 핀투도 나갔는데, 베투마저 쫓겨나다니...’

포르투칼 팀의 감독인 올리베이라는 그야말로 坐不安席(좌불안석)이 되고 말았다. 오늘 경기는 쉽게 이길 거라고 판단해서, 시합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그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한국이라는 이 아시아 나라의 수비가 보통이 아니어서 여태 한 골도 못 넣은 데다, 전반전 핀투에 이어 이젠 주전 수비수였던 베투마저 주심과 시비를 벌이다 급기야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지 않은가?

이젠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포르투칼이라도 한국과 싸우기 어려웠다. 선수가 둘이나 모자라는 상황에서 싸우는 일이 쉬운 것인 줄 아는가?

더구나, 수비의 핵인 베투가 빠지자 전반전에 거의 골이 터질 뻔했던 한국의 슛이 더욱 거칠게 날아 들어왔다. 사기도 올랐고, 수비의 핵이 사라지니 수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던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그 잦은 슛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베투가 퇴장 당한지 불과 10분 후인 후반 28분 경...

노랑머리이자, 죽은 김중석의 공백을 메꾸어 주고 있던 최고의 수비수 이영표가 포르투말 팀이 흘린 공을 잡아 포르투칼의 오른 쪽 라인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왔다.

이영표는 그때, 자신의 앞을 두 명의 포르투칼 선수가 막고 있고 마침 포르투칼 문전 앞에 박지성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쪽을 향해 정확한 깊은 공중 크로스 패스를 날렸다.

이영표의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패스가 박지성의 앞으로 뚝 떨어지자, 박지성은 때는 이때다 하면서 선수부족과 체력저하로 허덕이고 있던 포르투칼에다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박지성은 동료가 애써 차준 공이 자신의 앞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는, 힘껏 그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는 일단 공의 낙하방향을 잡고, 가볍게 가슴으로 트래핑하여 공의 방향을 고른 후, 주저 없이 공을 골문을 향해 날렸다.

아주 강한 힘으로 힘껏 걷어찬 왼발 발리슛! 총알처럼 튀어나간 공은 너무 빨리 움직인 박지성의 슛을 막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골키퍼의 시야만 가리고 있던 포르투칼 수비진 사이를 뚫고 날아갔다.

[철썩!]

박지성의 발에서 뿜어져 나간 피버노바 미사일은 보기 좋게 포르투칼 골문에 대포알처럼 꽂혔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그물이 철렁이면서 이런 굉음이 날 정도였다.

자신들의 수비수의 몸에 가려 박지성의 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포르투칼 골키퍼인 바이아! 자신의 옆구리 바로 옆으로 쏜살같이 스쳐 가는 피버노바를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긴 보았다 쳐도 너무 공이 빨라서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지만...

“...”

아, 뭐라 말할 수 있으랴? 관중들은 한동안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였다. 분명 골인이지? 한국이 이번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칼의 골문에 먼저 골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래서, 하도 믿기 어려운 현실에 실감이 나지 않는지, 보고 있던 한국인 관중들 대부분이 한동안 환호성을 지르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였다.

“아, 이게 웬 기적입니까? 우리 한국의 박지성 선수의 통렬한 왼발 발리슛에 무릎을 끓고 마는 포르투칼 수비진! 끝까지 골운이 따라주지 않다가, 경기종료 15분을 앞두고 마침내 그 질기던 포르투칼 골문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장합니다. 우리 대한의 건아 박지성!”

몇 십 초가 지난 한참만에, 겨우 정신을 수습한 아나운서의 환호 섞인 비명이 장내에 들려오는 순간에야, 관중들은 일제히 열광하면서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이, 이럴 수가...’

포르투칼 선수들은 자신들이 지금 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지 어리벙벙했으나, 이제는 그럴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불과 15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원 공격으로 나가자. 한국 놈들에게 졌다는 말을 듣느니, 차라리 그냥 대서양 바다 속에 몸을 던지겠다.”

마지막 남은 포르투칼의 월드스타인 루이스 피구는 분발을 촉구하면서, 자신을 비롯하여 지금 남아 있는 9명의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원 공격이다. 이제 이길 필요는 없다. 어떻게든 동점만 만들어.]

한국 선수들이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또한 포르투칼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로 2명이나 퇴장을 당해 수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알고서, 리드를 지키기 위한 전원 수비 태세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피구가 외친 소리였다.

지난 번 미국 전에서도 저 전원수비로 인한 득점 지키기 작전을 넘어가지 못하고. 끝내 지고 만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따라서, 시간도 별로 없는 이상 이젠 더 이상 이기는 것은 바라지도 말고 그저 한 골만 넣어 16강에만 올라가자는 작전으로 나왔다.

미국이 폴란드에게 오늘 진 이상, 여기서 동점만 만들면 미국과 포르투칼이 똑같이 1승 1무 1패가 되지만, 바로 지난 번 대전에서 자신들이 무려 4:0으로 폴란드를 이겼기 때문에 골 득실차에서 앞서 자신들이 16강에 들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면 탈락이므로, 미국이 진 것을 알게 되어 16강이 확정된 이상 동점이 되면 무리하게 역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월드스타인 피구가 주축이 된 포르투칼은 골키퍼인 빅토르 바이아까지 수비를 하지 않고, 문전에서 튀어나와서 공격에 가담하는 토틀 사커 전략으로 한국의 문전을 향해 돌진해왔다.

“막아라.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우린 포르투칼에 이긴다구. 비기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돼. 어제 우리의 각오를 다진 맹세를 잊지 말아라. 기어이 포르투칼을 꺾고 이 승리를 비명에 숨진 우리 동료 김중석의 영전에 선물로 바치자.”

주장 홍명보가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외친 소리였다.

한국팀들은 몸을 날려가며 피구와 파울레타, 후이 코스타 등의 공을 막아냈다. 공격수들도 모두 한국 문전으로 달려들어 전원 수비 전략으로 나왔다. 이미 얻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 피구는 다시 한번 한국 골문을 향해 슛을 날렸다.

그러나, 겹겹이 둘러쳐진 한국 수비진을 맞고 튕겨나올 뿐이었다.

시간은 이미 정식 경기 시간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럴 때, 잽싸게 포르투칼의 주전 수비수이자 공격형 미들필더인 콘 세이상은 멀리서 중거리슛을 한번 쏘아보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 그처럼 생각 없이 뻥 찬 슛이 거의 정확하게 날아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것이었다. 운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게 바로 포르투칼의 마지막 득점 기회였다.

한국팀은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한동안 자기네 문전에서 돌리다가, 포르투칼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인터셉트하려 하자 멀리 차내 클리어링해 버렸다.

그 순간, 후반전 45분의 시각은 멈췄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2분여일 것이다. 심판진이 루즈타임을 알리는 기계를 들고 나와 2자를 표시했다.

포르투칼이 간신히 새로운 공을 구해와 한국진영으로 밀고 들어오자, 유상철과 김남일이 일제히 둘러싸며 주공격수 피구로 연결되는 진로를 차단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선수가 둘이나 모자라는데 피구가 한국의 압박수비에 꽁꽁 묶여 도무지 움직이질 못하니, 공을 잡은 파울레타는 어시스트를 하지 못하고 그냥 자신이 공을 차 슛을 날렸으나 각도 없는 곳에서 찬 슛이 들어갈 리 만무했다. 맥없이 속도도 느리고 정직하기 그지없는 공은, 한국 골키퍼가 쉽게 달려나와 잡을 수 있었다.

한국 골키퍼 이운재는 그냥 공을 잡고 한두 번 굴려보더니, 가까운 자리에 있는 자기네 공격수에게 던져주어 버린다. 그러자, 그 공격수는 다시 포르투칼쪽 진영으로 뻥 멀리 차내 버린다. 그 순간, 마침내 루즈타임도 끝나는 것이었다.

[호르륵!]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야속하게 울리고 마는 순간, 골키퍼까지 나와 전원 공격으로 나서던 포르투칼 선수들은 인천 문학 경기장 잔디 위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특히 주장이자 대표스타였던 피구는 너무 절망한 나머지, 쓰러지지도 못하고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 있기만 하다가 얼굴을 감싸안고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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